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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움의미학2

3. 스승과 달삼의 대화 ㅡ 빈 그릇 2화 2화■               빈 그릇빈 그릇은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 허전함이 아니라, 채워질 수 있다는 여백이다. 밥을 담기 전에도, 다 비워낸 후에도 그릇은 같은 자리에서 묵묵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채우는 일에 익숙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비울 수 있는 용기’다. 비워야 담을 수 있고, 담았던 것보다 남긴 마음이 더 오래간다. 빈 그릇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쳐준다.□달삼은 설거지를 하다 손에 남은 그릇을 들어 올렸다. 하얗고 얇은 사기그릇.“스승님, 다 비운 그릇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에요. 허전한 듯, 깔끔한 듯, 이상하게 편안해요.”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그건 네 마음이 지금 어딘가 비워진 상태이기 때문이지. 가득 찼을 때보다, 다 비웠을 때가 오히.. 2025. 4. 11.
벽면을 대하며 ㅡ 시인 백영호 ■             벽면을 대하며                          시인 백영호벽면 앞에 가부좌로명상에 든다내가 나를 찾아서나를 보며 내면을 만진다속살 훑는다정신의 무게 다는 시간욕심과 근심짜증과 성냄이기와 질투버릴 것만 잔뜩이니  뱃살이 나오고빠알간 경고장에나를 때린다나를  치우고버리고 비우고 날리며 다이어트 중수만 가지 번민과질문과 대답 속에자아는 깨어나고정신뼈 죽비 치며 씻고 헹구니아하한층 가벼워진 몸가짐가난한 영혼으로창공을 날아 날아 솟아오른다파닥 파다닥■문학평론가 청람 김왕식ㅡ백영호 시인의 '벽면을 대하며'는 물질적 풍요와 욕망에 찌든 현대인의 자화상을 솔직하고 날카롭게 성찰하며, 그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치열한 정신적 수행의 노정을 그린 작품이다. 시인은 벽면 앞에 가부좌로 앉.. 2025. 4. 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