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람의시2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 잿빛 심장 위에, 나무 한 그루 청람 김왕식하늘은 그날 입을 닫았다.울음을 꾹 삼킨 구름들,말 잃은 새떼가 허공에 머물고능선은 마치 불길에 쫓기는 짐승처럼서둘러 몸을 접었다.숲은 함성도 없이 무너졌다.타는 나무의 비명은삶의 틈새마다 먹물처럼 번졌고집 한 채, 시간 한 덩이, 이름 없는 하루가재가 되어 흩어졌다.창백한 대문을 열면먼지보다 먼저 울음이 흘러든다.벽에 걸린 그리움의 액자,불타지 못한 한 줌의 기억은여전히 타닥타닥 심장을 찔렀다.텅 빈 마당, 무너진 식탁,고양이를 부르던 그 목소리는잿더미 아래 눌려 숨을 죽였다."살았으니 다행"이라는 말은슬픔 앞에 놓인 허전한 방석 같았다.불은 떠났지만,그들의 심장엔 아.. 2025. 4. 8.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그대 발끝에 봄이 지더이다― 김소월 '진달래꽃'에 부쳐 김왕식그대 가는 길목마다한 시대의 심장이 누웠다붉은 숨결로 피어난 진달래는사랑이 아닌 이별로 스러졌다그대는 침묵으로 시를 키우고나는 그 침묵을 노래로 불렀다바람은 아직도 그 구절을 더듬고산자락마다 그리움이 걸터앉는다누가 알았을까꽃잎 하나가 눈물 한 생이 될 줄을그리움의 뿌리는 땅보다 깊고이별은 피보다 붉다오늘도 나는그대의 언어로 봄을 견디며한 줄기 시를 꺾어 가슴에 꽂는다그대여, 그 발끝에 지던 봄이아직, 여기에 머문다ㅡ 청람 2025. 4. 8.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