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고깊은시1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 ■ 시는 종이 위의 그림자시는돌멩이 하나, 강물에 던져본 일반드시 파문이 번져야 하는 건 아니었다천상병은 구름을 주워 담았고이상은 꿈의 골목을 걸었으며서정주는 바람의 무릎에 귀를 댔다그들은큰 뜻 없이 쓴 듯,그러나 그 잉크는 별처럼 빛났다시는 연필심 같다쉽게 부러지지만잠깐의 어둠을 남긴다유명세란비 오는 날 대문에 걸린 현수막젖으면 지워지고, 바람 불면 찢긴다무명작가의 시도빛나지 않아도돌 속에 감춰진 금맥처럼 깊다종이 위에 눌러앉은 그 문장들하얀 눈 위에 남은 짐승의 발자국처럼잠시 세상에 자신을 드러낸다시는 결국하루의 그림자를 모아가만히 접어두는 일이다ㅡ 청람 2025. 4. 10.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