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그릇1 3. 스승과 달삼의 대화 ㅡ 빈 그릇 2화 2화■ 빈 그릇빈 그릇은 비어 있어서 아름답다. 허전함이 아니라, 채워질 수 있다는 여백이다. 밥을 담기 전에도, 다 비워낸 후에도 그릇은 같은 자리에서 묵묵하다. 우리는 살면서 무언가를 채우는 일에 익숙하지만, 정작 중요한 건 ‘비울 수 있는 용기’다. 비워야 담을 수 있고, 담았던 것보다 남긴 마음이 더 오래간다. 빈 그릇은 그렇게 우리에게 말없이 가르쳐준다.□달삼은 설거지를 하다 손에 남은 그릇을 들어 올렸다. 하얗고 얇은 사기그릇.“스승님, 다 비운 그릇을 보고 있자니 묘한 기분이에요. 허전한 듯, 깔끔한 듯, 이상하게 편안해요.”스승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그 옆에 앉았다.“그건 네 마음이 지금 어딘가 비워진 상태이기 때문이지. 가득 찼을 때보다, 다 비웠을 때가 오히.. 2025. 4. 1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