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2 사월의 살풀이 창 밖사월의 봄비가추적추적내린다■ 사월의 살풀이창밖, 비는유리창에 남긴 오래된 입맞춤처럼가늘게, 그러나 깊이 흘러내린다황사의 외투를 입은 나무는잊혔던 이름 하나를 속삭이듯연둣빛 혀끝으로 빛을 어루만진다사월을 잔인하다 했던가꽃은 피기 전 가장 적막하고씨앗은 깨어나기 전 가장 단단하다비는 허물이다말라붙은 침묵의 껍질이한 겹씩, 조용히 벗겨지는 오후대지는 붉은 숨을 되찾고뿌리마다 잠든 맥박이먼 곳의 봄을 꿈틀이며 데려온다이 봄비는 문지방을 넘는 정령묻힌 것들을 불러 세우고흙 속 말들도 줄지어 일어선다너는 들었는가젖은 잎새 틈에서 피어나는말 없는 환희, 울음의 전언사월이여너는 흠뻑 젖은 기도이 생을 깨우는, 슬픈 축복이다ㅡ 청람 ■ 자작시 해설 '사월의 살풀이'는 ‘사월’이라.. 2025. 4. 6.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봄비의 장송곡(葬送曲) ― 친구를 보내며, 안최호한 세월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가, 이제는 빈컨테이너의 낡은 기억을 남기고 조용히 부모 산소 곁에 누웠다.몇 날 며칠을 맴돌던 봄비는 오늘따라 유독 애처롭게 내린다. 그대 떠나는 길목마다 물기 어린 꽃잎들이 피어나 진달래는 울음처럼 붉고, 개나리는 목쉰 인사처럼 노랗다. 그대 마지막 길을 따라 흐르는 이 빗물, 어쩌면 그대가 못다 한 인사를 대신 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컨테이너 안에서 섯다를 던지며 세월의 무늬를 읽고 웃음과 탄식 사이를 오가던 날들. 그리운 그 시간들이 지금은 먼지처럼 가슴에 내려앉는다.벚꽃보다 먼저 진 건, 꽃이 아니라 사람이다. 하늘을 나는 새들도 짝을 지어 날아가는데 나는.. 2025. 4. 6. 이전 1 다음